사과를 먹듯이[문정희]
가령 사과를 먹듯이
시간을 그렇게 먹다 보면
1년 내내 땅이 보호하고
햇살이 길러낸
한 알의 붉은 사과를 먹듯이
그렇게 조금씩 향기를 먹다 보면
그 향기로 사랑을 시작하고
그 빛깔로 사랑을 껴안다 보면
아름다운 자연처럼
푸르게 다시 태어날 수도 있으리
또한 그 힘으로
지상의 우울을 조금씩 치유하고
고즈넉한 웃음들을 만들기도 하리
가령 한 알의 사과를 먹듯이
그렇게 조금씩 향기를 먹다 보면
한 권의 책을 먹다 보면
열다섯 해쯤 그렇게 맛있게 먹다 보면
* 아이구, 열다섯 해나 이 책을 만들어야 뭔가가 된다는 걸까.
하긴 단번에 뭐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조금 씩 조금 씩 영성이 깊어지고 더 믿음이 신실해져야 비로소 이 책을 통해 선교가 이루어지리라.
월드컵 때 운동장에서 본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문구가 말하듯 정말 꿈을 꾸고 가슴에 품을 때 이루어진다.
정말 파란 사과처럼 파란 꿈 하나, 이 책을 통해서 영혼이 구원받는 날까지 열다섯 해이든 스물다섯 해이든 쉬지 않고 이 책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동안 일년 반 남짓 풋사과 맛을 본 모든 이에게 그저 감사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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