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꽃의 고요[황동규]

JOOFEM 2006. 3. 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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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고요[황동규]

 

 

 

 

일고 지는 바람 따라 청매(靑梅) 꽃잎이

눈처럼 내리다 말다 했다.

바람이 바뀌면

돌들이 드러나 생각에 잠겨 있는

흙담으로 쓸리기도 했다.

'꽃 지는 소리가 왜 이리 고요하지?'

꽃잎을 어깨로 맞고 일던 불타의 말에 예수가 답했

다.

'고요도 소리의 집합 가운데 하나가 아니겠는가?

꽃이 울며 지기를 바라시는가,

왁자지껄 웃으며 지길 바라시는가?'

'노래하며 질 수도....'

'그렇지 않아도 막 노래하고 있는 참인데.'

말없이 귀 기울이던 불타가 중얼거렸다.

'음, 후렴이 아닌데!'

 

 

 

 

 

* 꽃처럼 시끄러운 삶이 어디 있으랴. 번개처럼 피었다가 번개처럼 사라지며 갖은 향기와 자태로 만물을 취하게 하며 지 멋대로 지 맘대로 휘저으며 삶의 리비도를 뽐내던가.

그런데 후렴은 고요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목련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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