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놀다 가세요 [신현정]
하나님 거기서 화 내며 잔뜩 부어 있지 마세요
오늘따라 뭉개구름 뭉개뭉개 피어오르고
들판은 파랑물이 들고
염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데
정 그렇다면 하나님 이쪽으로 내려오세요
풀 뜯고 노는 염소들과 섞이세요
염소들의 살랑살랑 나부끼는 거룩한 수염이랑
살랑살랑 나부끼는 뿔이랑
옷 하얗게 입고
어쩌면 하나님 당신하고 하도 닮아서
누가 염소인지 하나님인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놀다 가세요 뿔도 서로 부딪치세요.
* 어린 아이같은 눈에는 가끔 하나님이 잔뜩 부어 있는 것도 같아서
화를 푸시라고 당신이 지으신 세계에서 살짝 놀다 가시라고.....
막내처럼, 어리광처럼 하나님께 말씀드리면
하나님은 내려 오시겠지.
근데 거룩한 수염까지는 그렇다 치고 뿔은?.......
장수하늘소를 찾아 [신현정]
하늘이 어찌나 푸른지
이런 날엔 괜히 싸움이 걸고 싶어진다
아 이마의 관자놀이가 다 뻐근해져 오는데
무언가 질근질근 씹고 싶거나
한방 뻥하고 날리고 싶어진다
거,하느님 뿔 내려놓으시오
턱 내려놓으시오
투구 내려놓으시오
하늘이 어찌나 푸른지
하느님도 끌어내리고 싶어진다
나 벌써부터 상기됐다
하늘이 어찌나 푸른지
오늘은 오늘은 정말로 장수하늘소를 만날 것만 같다.
* 어린 아이처럼 버릇없음은 하나님까지도 땅으로 끌어내린다니
이런 발칙한.....
오늘은 정말로 장수하늘소를 만나는 것처럼 하나님을 만날 수 있으려나
드라마틱한 만남으로....
하늘이 참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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