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밥풀꽃 [이윤학]
내가 집의 그늘이었을 때
저 꽃들은 그늘에서의 추억이었고,
내가 밥 먹으러 들어갔을 때
저 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나간 세월의 쪽문 앞에서,
이 얼굴 붉인 꽃들은
무더기로 피어
있다
갑자기 쪽문이 젖혀지고
작대기를 들고,
누군가 쫓아나올 것 같다
밥 먹어라, 몇 번 불러주어야
못 이기는 척 들어간 집
하염없이 부스럭거리던, 겨울의 그 많던
씨방들은 어디로 다 사라져버리는 것인가
* 며느리밥풀꽃은 언제나 슬프다.
누군가에게 억압당하면서 밥알 몇개 얻어먹으려고
두리번거리며 혹시 불러주지나 않을까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위로
몰래 먹다 들킨 밥알 두개가 몹시 슬프다.
어머니, 왜 나를 낳으셨나요.
어머니도 슬픔을 세습시키나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