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절벽[이형기]

JOOFEM 2006. 7. 3. 21:19
 
 
 
 
 
절벽 [이형기]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말라
높게
날카롭게
완강하게 버텨 서 있는 것

아스라한 그 정수리에선
몸을 던질 밖에 다른 길이 없는
냉혹함으로
거기 그렇게 고립해 있고나
아아 절벽
 
 

 

 

 
* 가끔 인간은 그냥 마흔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의 생은 왠지 덤으로 사는 것 같이 느껴진다.
  마흔까지는 뭐든 하면 되고 상승곡선을 타고 살지만
  그 이후는 하강곡선을 그리는 까닭이다.
  삶의 정오에서 하강하는 그 기분은
  절벽에 서서 Isolation을 느끼는 그것이다.
  이 때쯤되면 남자들은 동굴하나 만들어 들어가 버리고
  더더욱 웅크리며 아찔한 고립감에 정신을 놓는다. 아아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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