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박현수]
거울 속의 내 모습에
형이
때로는 동생이 겹쳐 보인다
가난한 화가의
덧칠한 캔버스 아래 어리는
희미한 초상처럼
어느 것이 밑그림이고
어느 것이
덧칠한 그림인지는 아무래도 좋다
아니면
둘다 덧칠이고 밑그림은
신이 가지고
있으리라는 반전도 괜찮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삶이
언젠가 한 번 살아본 듯
낯익을 때면
거울 속에
누군가
자주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
* 가끔 세수를 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어, 주인서씨가 왜 여기 있지? 하고 흠칫 놀랄 때가 있다.
형과 나는 어려서부터 모습이 달랐고
형은 친탁, 나는 외탁
그래서 어딘가 모르게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형과 닮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형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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