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김명인]
한 두레박씩 물을 퍼내어도
우물 속을 들여다보면
덜어낸 흔적이 없다
목숨은 우주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한 두레박의 물,
한 모금씩 아껴가며 갈증을 축이지만
저 우물 속으로는
두 번 다시 두레박을 내릴 수는 없다
넋을 비운 몸통만
마침내 밧줄도 없이 바닥으로 곤두박힐 뿐.
깊이 모를 그 우물 속으로
어제 그가 빈 두레박에 담겨
내려갔다
* 말씀의 샘을 그대는 아는가.
퍼내고 퍼내도
그리고 마셔도 마셔도
우물은 늘 그대로이며
생명의 근원인 샘물을 마셔도
갈증은 늘 그대로임을.
언제나 신비롭고
언제나 자비로우며
나의 영을 가득 채우고도
더 채우려 기다리는 고마움.
말씀의 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