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나의 애인[박희진]

JOOFEM 2007. 4. 17. 21:29

 

 

 

 

 

 

 

나의 애인[박희진]

 

 

 

 


나의 애인은 말이 없습니다.

나의 애인은 공기의 혀와

     안개의 살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애인은 이 몸이 아파야

     홀연 바람처럼 나타납니다.

나의 애인의 별빛 눈동자를

     본 이는 세상에 나밖에 없습니다.

나의 애인은 껴안을수록

     아주 속절없이 사라져버립니다.

나의 애인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때는

     내가 홀로 이만치 서서

     바라볼 때입니다.

나의 애인의 목소리를 꼭 한 번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끼 낀

     돌 틈을 흐르는 물 소리 같았어요.

나의 애인은 때로 한낱

     미미한 향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 박희진시인을 처음 만난건 일천구백팔십일년이다.

  교내 캠퍼스에서 처음 본 순간 도인 혹은 도사를 만난 듯했다.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한복을 입고 휘적휘적 캠퍼스를 누볐기때문이다.

  당시 박시인은 시낭송운동을 주도하던 때여서

  그 날 시낭송운동에 대한 강좌가 있었다.

  성찬경시인, 구상시인등과 한창 시낭송운동을 주도하였다.

  지금은 일흔다섯의 나이인데도 우이시동인으로 아직도 시낭송을 하신다.

  이십오년전의 박시인은 아주 건강하셨는데

  지금도 건강하실거라 믿는다.

  워낙 소식과 차를 좋아하시는 까닭이다.

  위의 시는 아마 실제 애인을 그리며 쓰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직껏 결혼을 안하신건 그 애인을 아직껏 잊지 않았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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