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어처구니[이덕규]

JOOFEM 2007. 4. 8. 21:15

 

 

 

 

 

 

 

 

어처구니[이덕규]

 

 

 

 

 

이른 봄날이었습니다
마늘밭에 덮어놓았던 비닐을
겨울 속치마 벗기듯 확 걷어버렸는데요
거기, 아주 예민한
숫처녀 성감대 같은 노란 마늘 싹들이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요
나도 모르게 그걸 살짝 건드려보고는
갑자기 손끝이 후끈거려서
그 옆, 어떤 싹눈에 오롯이 맺혀 있는
물방울을 두근두근 만져보려는데요
세상에나! 맑고 깨끗해서
속이 환히 다 비치는 그 물방울이요
아 글쎄 탱탱한 알몸의 그 잡년이요
내 손가락 끝이 닿기도 전에 그냥 와락,
단번에 앵겨붙는 거였습니다

어쩝니까 벌건 대낮에
한바탕 잘 젖었다 싶었는데요
근데요, 이를 또 어쩌지요
손가락이, 손가락이 굽어지질 않습니다요

 

 

 


 

 

 

* 쇠꼽별에서는 자연스러운데 내가 올리니까 왠지 얼굴이 화끈거리네, 그려.

  어처구니란 말은 궁궐을 지을 때 지붕에 잡신을 쫓는 동물모양의 잡상을 말한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어이없거나  너무나 뜻밖의 일을 당할 때 어처구니없다라고 말한다.

  가령, 냉면에 반가른 삶은 달걀이 없다든지

  한턱 쏜다고 지갑을 꺼내는데 돈한푼 없다든지 뭐 그런 경우가 어처구니없는 게다.

 

  자동차회사에서는 바퀴를 달지않고 출고시키거나 연료통없이 출고시킨 일.

  공군에서는 기름대신 물을 넣고 이륙했다가 추락한 일.

  뭐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때로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도 우리는 그럴 수 있다는 개연성을 늘 인정해주고 살아야 한다.

  용납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야동처럼 봄날같은 사랑엔 용납이 필요하다. 옹그스트롬단위로 앵겨붙음을.....

 

 

 

 

 

* 어제 고양이 칸쵸는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내가 아끼는 관음죽을 뜯어먹었다.

  호랑이는 풀을 먹지 않는다라고 교육받았는데 고양이는.....

  민우의 말로는 털을 핥고 먹어버린 털을 토하기 위해 풀을 먹는다고 한다.

  정말 먹었던 관음죽을 토해 놓았다.

  나무화분위에 돌을 고여서 칸쵸가 다시는 뜯어먹지 못하게 하였다.

  아으, 저놈의 칸쵸, 두들겨 팰 수도 없고.

  심심이가 초토화시킨 화분 간신히 복원시켰는데 정말 어처구니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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