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자전거도둑[신현정]

JOOFEM 2007. 4. 20. 21:36

 

 

 

 

 

자전거 도둑 [신현정]

 

 




봄밤이 무르익다
누군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자전거를 슬쩍 타보고 싶은 거다
복사꽃과 달빛을 누비며 달리고 싶은 거다
자전거에 냉큼 올라가서는 핸들을 모으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은빛 폐달을 신나게 밟아보는 거다
꽃나무를 사이사이 빠지며
달 모퉁이에서 핸들을 냅다 꺾기도 하면서
그리고 불현듯 급정거도 해보는 거다
공회전하다
자전거에 올라탄 채 공회전하다
뒷바퀴에 복사꽃 하르르 날리며
달빛 자르르 깔려들며
자르르 하르르.

 

 

 

 

 

* 자전거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차르르 하르르

  그 옛날 봄바람 뒤로 하며 들판을 쏘다니던 생각이 난다.

  멋진 자전거도 아닌 것이 짐싣는 자전거

  짧은 다리로도 차르르 하르르

  잘도 탔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골목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다가

  엿목판 뉘여놓은 리어카를 스을쩍 건드리고는

  폭 엎었던  아찔한 순간,

  엿값  죄 물어주고 밤새 울며 엿을 먹었던 어린 날

  혼날까 울었는지 억울해서 울었는지

  차르르 하르르 차르르 하르르

  기억이 새롭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