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Secret sunshine)

JOOFEM 2007. 5. 27. 11:31

 

 

 

 

 

 

 

서른 세 살. 남편을 잃은 그녀는 아들 준과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가고 있다. 이미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피아니스트의 희망도 남편에 대한 꿈도... 이 작은 도시에서 그 만큼 작은 피아노 학원을 연 후, 그녀는 새 시작을 기약한다. 그러나 관객은 이내 곧 연약한 애벌레처럼 웅크린 그녀의 등에서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던지는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새로운 전도연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시크릿 선샤인>, 이 영화는 전도연 연기 인생의 새 출발점이다.

 밀양 외곽 5km... 그는 신애(전도연)를 처음 만난다. 고장으로 서버린 그녀의 차가 카센터 사장인 그를 불렀던 것. 그리고 이 낯선 여자는 자신의 목소리처럼 잊혀지지 않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그는 밀양과 닮아 있다. 특별할 것이 없는 그 만큼의 욕심과 그 만큼의 속물성과 또 그 만큼의 순진함이 배어 있는 남자. 마을잔치나 동네 상가집에 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 누구처럼 그는 신애의 삶에 스며든다. 그는 언제나 그녀의 곁에 서 있다. 한 번쯤은 그녀가 자신의 눈을 바라봐주길 기다리며... 그리고 송강호, 그의 새로운 도전을 우린 기대하게 된다. 그처럼 평범하지 않은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그처럼 아파하는 여자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이 남자의 시선과 사랑을 그는 어떻게 표현할까? (영화선전에서 퍼온 줄거리)

 

 

 

 

 

* 오랫만에 아내와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설 때 옆에 있던 아줌마의 항변.

- 모야,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스럽기만 하다 끝났잖아. 너무 재미가 없어.

이청준의 [벌레이야기]가 영화의 줄거리이니 이청준을 안다면 재미를 찾을 수는 없을 게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들의 삶을 진솔하게,담담하게 보여주며 우리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되게 한다.

한줌의 햇볕과 용서, 좌절, 신음,그리고 깨달음를 통한 자존감이 키워드일 것이다.

밀양이 어떤 곳이예요? 라고 묻는 신애의 질문에 어디나 다 사람 사는 곳은 같아예.라는 답은 빙고!다.

서울여자가 밀양이라는 낯선 곳을 찾았을 때 그들만의 하위문화를 이해할 순 없지만 살다보면 조금씩 이해하고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밀양의 한줌 햇볕을 쬐면서 간신히 버티며 살다가 아들 준이 유괴되고 죽게 된다.

설상가상이었지만 하나님께 의지하며 스스로 자신을 찾아간다.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겨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범인을 [용서]하겠다며 교만을 부리며 교도소를 찾는다.

그런데, 범인은 교도소안에서 하나님을 만나 회개하고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받았다고 고백한다. 신애는 여기서 돌아버린다. 하나님,니가 뭔데 용서해!라고 절규한다.

신애의 절망과 좌절은 하나님을 거짓말쟁이로 규정하고 자살을 기도한다. 그리고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마지막장면은, 정신병원에서 나와 머리를 자르러 미장원에 갔다가 범인의 딸을 만나며 그녀가 잘라주는 것을 거부하고 집으로 달려가 자신이 머리를 자르고 카센터 김사장이 거울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다.

연애, 없다.

유괴, 없다.

종교, 없다.

이 영화에는 그 어느 것도 없다. 오직 고통받는 삶속에서 좌절하고 절규하고 신음하는 기가 막히는 일상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벌레같지만 살아내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그저 사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자신이 자신의 머리를 자르며 고통속에서 조차 살아내려는 신애의 자존감만이 해답일 것 같다.

 

* 밀양은 내가 창원 출장갈 때 케이티엑스 종착역이다. 여기에서 내려 창원가는 버스를 타고 간다.

영화속에는 내가 드나들었던 식당도 있고 역전의 광장모습도 그대로다.

그 곳이라고 특별히 은밀한 햇볕을 주는 것은 아니다.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

하나님의 사랑도 그러하다.

 

* 영화를 보면서 내내 이창동이 이 영화를 의도적으로 찍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햇볕정책이라는 미명하에 겨우 한줌햇볕을 쐬어주고 생색은 있는대로 내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김씨네 일가가 별짓을 다 해도 [용서]해 주겠다고 교만을 부리는 건 아닌지, 또 미국이 [용서]했다고 좌절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돌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등등......

 

* 우리 이웃의 신음소리에 귀기울이며 살아야 한다. 신애가 기가 막힌 인생앞에서 가슴을 치고 책상을 치고 통곡할 때 카센터 김사장처럼 아무 바램(?)없이 옆에 있어주는 삶의 동반자가 우리는 필요한 게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자세가 하나님이 주신 생명과 사명을 감당하는 일이다. 그것을 우리는 헌신이라 말한다. 이 영화 절대 종교영화는 아니다. 종교가 없기때문이다.

 

* 하나 더, 신애의 동생이 김사장에게 묻는다.

- 요즘도 교회 다니세요?

...... 아 녜, 뭐 안나가면 섭섭하고, 나가면 마음에 위안도 좀 되고.....

인상적인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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