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찰리와 초콜릿

JOOFEM 2005. 10. 5. 19:02
 

우리가 어렸을 땐 먹거리가 참 없던 시절이어서 건빵,라면과자,뻥튀기등이 고작이었다. 요즘처럼 초콜릿,쿠키,핏자,치킨등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다.  소풍이라도 가야 사이다 한병에 사과 한알 들고 가던 시절이었고 아주 부잣집 아이들은 간혹 통닭(잘게 썬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통째의 닭이다.)을 싸와 담임선생님에게 건네주고 자기들도 같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우유도 서울우유에서 판촉용으로 나온 병에 든 우유를 먹어보는 것이 어쩌다 한번이었고 초콜릿은 귀하디 귀한 과자에 속했다.

요즘의 아이들은 상상을 못할 테지만 그 땐 그랬다. 초코파이라는 게 대략 칠십년대말에 나왔는데 히트치게 된건 순전히 비싼 초콜릿을 얇지만 맛볼 수 있다는 매력때문이었다. 가나초콜릿이 나온 것도 그 무렵이다. 나이 어릴 땐 초콜릿이 황홀한 맛이었는데 나이를 먹은 지금은 치아가 썩을 수 있다는 걱정때문에 잘 안먹게 된다.

 

각설하고, 이번에 본 영화는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이라는 판타지 영화이다. 1964년에 지은 작품이니 그 때의 초콜릿은 더욱 황홀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로알드 달은 나의 딸 현주가 좋아하는 작가로 네다섯권이 집에 있어서 [찰리와 초콜릿]을 이미 책으로 읽고 영화를 보게 되어 더욱 흥미진진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찰리는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에서 가난한 부모님과 할아버지,할머니,외할아버지,외할머니와 함게 산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윌리웡카가 경영하는 신비롭고 수수께끼같은 초콜릿공장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고 구수하게 찰리에게 말해주었다. 찰리는 웡카의 초콜릿공장을 지나다니며 향긋한 냄새에 취하곤 했다.

어느 날  윌리 웡카는 초콜릿에 담겨진 행운의 황금티켓을 찾은 어린이 다섯명과 그들의 부모를 자신의 초콜릿공장으로 초대하겠다고 광고를 한다. 세상은 온통 이 황금티켓을 찾느라 북새통이 되고 이 티켓을 찾은 어린이는 일약 스타가 되어 방송을 타고 세상사람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첫번째 행운은 언제나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사는 아우구스투스가 차지했고 두번째 행운은 부잣집에서 버릇없이 자란 버루카였다. 버루카의 아버지는 버루카의 성화에 못이겨 자신의 공장에 종업원들을 시켜 공장에 하나가득 초콜릿을 쌓아놓고 황금티켓을 찾았다. 세번째는 껌씹기대회에서 챔피언이 된 껌씹는 여자아이, 바이올렛이 차지한다. 네번째는 자신이 똑똑한 것을 알리기 위해 황금티켓을 찾으려는 마이크에게 돌아갔다.

이제 남은 한장. 찰리는 가난해서 생일선물로 받은 한개의 초콜릿을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뜯어보았지만 꽝이었고 할아버지가 몰래 쌈지돈을 털어 산 또 한개의 초콜릿도 꽝이 되었다. 찰리는 그래도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황금티켓을 꿈꾸던 중 우연히 돈을 줍게 된다. 사실은 너무나 배가 고픈 찰리는 주운 돈으로 초콜릿을 사먹게 되고 마지막으로 황금티켓의 주인공이 된다. 

웡카는 다섯가족에게 자신의 거대한 공장을 보여주는데, 초코렛액이 흐르는 강과 초콜릿으로 만든 초원이 펼쳐진다. 거대한 꿈의 초콜릿공장에서는 찰리를 제외한 네명의 어린이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말미암아 하나씩 둘씩 탈락하고 마음씨 착한 찰리만 남게 된다.

결국 윌리 웡카의 후계자가 된 찰리는 이 초콜릿공장의 주인이 된다는 해피엔딩.

한편 소설에서는 없던 얘기인데 영화에 삽입된 내용 하나. 윌리 웡카는 치과의사인 아버지로부터 치아를 썩게 하는 초콜릿,사탕,껌들을 먹지 말라는 억압과 훈계를 어릴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억압과 훈계를 듣다 못해 웡카는 가출하게 되고 자신의 꿈인 초콜릿공장의 공장장이 된다. 영화의 끄트머리에 웡카는 늙어버린 자신의 아버지의 병원으로 찾아가 오랜 세월을 기다려준 아버지의 사랑에 감격해 한다.  수수께끼의 인물이던 웡카에 대한 신비가 벗겨지는 장면이었다. 이것 역시 해피 엔딩."

 

만약 우리가 천국에 가는 티켓을 딱 다섯장만 움켜쥘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아우구스투스처럼 아예 포기한 채 세상에 취해 살지도 모르고, 버루카처럼 아버지의 부를 이용해 억만금을 주고 티켓을 사려고 별별짓을 할지도 모른다. 혹은 바이올렛처럼 껌이나 짝짝 씹으며 세상을 조소하고 비관적으로 대하거나, 혼자 잘났다고 잔머리를 굴리며 확률게임에 올인하는 마이크처럼 살지도 모른다. 권선징악적인 이야기이지만 찰리처럼 착하고 사랑이 충만한 어린이가 티켓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천국으로 가는 티켓을 얻기 위해 조심스럽게 초콜릿 포장지를 뜯는 마음처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창조주를 경외할 일이다. 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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