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스크랩] 8월/오세영

JOOFEM 2007. 8. 2. 19:00










8월

오세영


8월은 분별을 일깨워 주는 달이다.
사랑에 빠져
철없이 입맞춤하던 꽃들이
화상을 입고 돌아온 한낮,
우리는 안다.
태양이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저 눈부신 하늘이
절망이 될 수도 있음을,
누구나 홀로
태양을 안은 자는
상철 입는다.
쓰린 아픔 속에서만 눈뜨는
성숙,
노오랗게 타 버린 가슴을 안고
나무는 나무끼리
풀잎은 풀잎끼리
비로소 시력을 되찾는다.
8월은
태양이 왜,
황도(黃道)에만 머무는 것인가를
가장 확실하게
가르쳐 주는 달.






출처 : 그대의 소매 속 향기로운 바람..
글쓴이 : 체칠리아 원글보기
메모 : 인생을 분별한다는 것, 별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적당히 모르고 적당히 실패하고 적당히 상처입어야 하는데 분별이라는 이름으로 혜안을 갖는다는 것, 슬픈 일입니다. 청춘은 아름다우나 청춘 이후는 앎을 죄 까발리는 슬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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