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의 시(詩)[김은숙]
여린 잎 실핏줄 더듬으며
한 줄 詩를 새기는 시간
이파리 하나에 한 행의 마음 머무는
한 잎의 詩
한 잎의 눈빛과 한 잎의 욕망
한 잎의 영혼과 한 잎의 그리움
깊게 새기지도 못한
한 잎 기억과 침묵의 내력
뜨거운 이름이며 더 서늘한 눈물이
손끝 푸른 물로 뚝뚝 듣는데
행간 배어있는 노을의 숨결 잦아들면
실핏줄 깊은 골짜기 한숨 태우는
한 잎의 마음 묻는다
* 시인의 이름이 은숙이여서 옮겨왔다.
한 잎의 그리움이 밀려오는 까닭이다.
초등학교 삼학년때 내 짝이 은숙이였다.
내 왼 팔은 늘 은숙이가 꼬집었고 지금 생각하니 날 참 좋아했나보다.
분명 내가 먼저 장난을 쳤을 테고
바보같이 꼬집힘을 당해도 기분이 좋았을 테다.
그저 바람이 나뭇잎을 스쳐지난 것 뿐인데
사십년이 지나서도 그리웁다.
그 쬐그만 책상에 나란히 앉을 수만 있다면 참 좋을 테다.
칸쵸엄마가 보면 뭐라 그럴래나, 서둘러 한 잎의 마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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