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전단을 보고[윤성택]
어쩌면 나도 칸 속의 얼굴은 하나 둘 붉은 동그라미로 무덤으로 연행되는 남은 날들,
* 나의 은신처를 어떻게 잘들 아는지 포위망이 좁혀져 온다. - 선배님, 저 공칠학번인데요. 이번주에 체육대회합니다. 오세요. (얘야, 내 딸이 공칠학번이란다. 내가 늬들하고 놀아야겠니?) - 학군동기 누구누구 대령진급했으니 축하해 주라. (야, 내가 그 많은 학군동기를 어떻게 일일이 챙기겠니?) - 아, 나 고등학교 육십구회 졸업했는데 월간조선 하나 봐주게. (육십구회,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데 생돈을 버리라구요?) - 지금 은행으로 오시면 많은 돈 대출해 드려요. (그냥 주신다면 고맙겠지만.......)
나는 늘 이런 수배망을 피해 잘도 도망다닌다. 동문회,동기회...... 내 이름 석자는 그냥 졸업앨범에 묻어두면 안되겠니? 몇번을 이사하고 전화번호를 바꾸어도 귀신같이 알고 잘도 찾아온다. 차라리 빨리 붙잡혀서 감옥에 갇혀 사는 게 나을 법 하다. 도망다니는 게 더 지옥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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