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뿐,[김요일]

JOOFEM 2007. 10. 27. 17:10

 

 

 

 

뿐, [김요일]

 

 

 

 


 

바람이 꽃잎을 흔들고

흔들린 꽃잎은 상처를 흔들고

마음을 흔든다


흔들린 마음 하나

더할 수 없이 위중해진

단단한 슬픔이 되어

목구멍을 막는다


그래

그냥 어떤 사소한 사건이라고 못박아두자

꽃그늘 하나 드리우지 못하는 가여운 나무의,

그 깡마른 그림자의,

말라가는 비애쯤이라 해두자

        

운명적이라는 말은 아무 때나 쓰는 말이 아니지

점등별의 망루에 올라 잠시 스위치를 켰을 뿐


그래, 그래

그냥

쓸쓸한 별의 벼랑 끝에서 잠시

아찔, 했을 뿐

황홀, 했을 뿐


뿐,

 

 

<2007년 현대시학 5월호>

 

 

 

 

* 그래,맞아, 그냥 바람이 나뭇잎을 잠시 스쳤을 뿐인데, 뭐.

   스쳤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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