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 [김요일]
바람이 꽃잎을 흔들고
흔들린 꽃잎은 상처를 흔들고
마음을 흔든다
흔들린 마음 하나
더할 수 없이 위중해진
단단한 슬픔이 되어
목구멍을 막는다
그래
그냥 어떤 사소한 사건이라고 못박아두자
꽃그늘 하나 드리우지 못하는 가여운 나무의,
그 깡마른 그림자의,
말라가는 비애쯤이라 해두자
운명적이라는 말은 아무 때나 쓰는 말이 아니지
점등별의 망루에 올라 잠시 스위치를 켰을 뿐
그래, 그래
그냥
쓸쓸한 별의 벼랑 끝에서 잠시
아찔, 했을 뿐
황홀, 했을 뿐
뿐,
<2007년 현대시학 5월호>
* 그래,맞아, 그냥 바람이 나뭇잎을 잠시 스쳤을 뿐인데, 뭐.
스쳤을 뿐.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두워진다는 것[나희덕] (0) | 2007.11.03 |
---|---|
갑사(甲寺)입구[나태주] (0) | 2007.11.03 |
세상의 마지막 한 끼[윤의섭] (0) | 2007.10.26 |
수배전단을 보고[윤성택] (0) | 2007.10.26 |
마음의 창살[송경동] (0) | 2007.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