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한 끼 [윤의섭]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언제나 배가 불편한
칠순을 반이나 넘어선 할머니
큰손자며느리가 맹장염으로 입원했기에
점심거리로 혼자 국수를 만든다
냉동실에서 꺼낸 국수가락은 잘게 부서져
어느 한 줄기 긴 가락으로 온전하게 이어진 것 없고
끊어지고 끊어져 수없는 건너뛰기를 해야 했던
할머니 살아온 날들처럼 자잘한 건더기로 익어간다
말국은 거의 따라버리고
이제 남아 있어야 할 아무런 필요없는
그런 헛배 부른 말국은 다 저버리고
점심을 마련하느라 부엌에 서 있는 할머니의 뒷모습
할머니는 여전히 여인이었다
그 한 끼에 살아온 날들을 담아
삶아내는 국수 한 그릇으로
가까이 온 지 벌써 오래된 죽음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쩌면 세상에 남은 마지막 한 끼가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
숟가락으로 건져내야 간신히 한 입에 채워지는
끊어진 길들 삶아서 삶이 되고 죽음이 되고
지금 국수 한 그릇으로 할머니의 한세상이 다시 마련된다
* 늙은 부모를 모시는 집은 늘 어쩌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게다.
어쩌면 이 식사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일천구백팔십삼년 나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보내드려야 했다.
병원에서 나가라고 할 때 이미 각오를 했지만
집에서 과일통조림을 드리면서 어쩌면.....이라고 생각했고
마지막으로 담배 한모금 피우시라고 불을 붙여 드렸다.
십분도 안되어 배설을 다 하시고 잠이 드셨다.
그 옆에서 나도 잠간 눈을 붙였는데 어머니가 나를 깨우셨다.
어쩌면......이라는 불길한 마음이 현실이 되었었다.
지금도 어머니의 조그만 식사가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한 끼가 왜 그리 슬프고 힘겨운지 모르겠다.
한평생의 그 많은 끼니중에 마지막 한 끼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기쁨이 되어야 함에도
우리는 슬픈 마음이 된다.
애써 통통 튀는 목소리로 어머니와 친구가 되어주는 이 기쁨이, 이 슬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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