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즐거운 만남

JOOFEM 2007. 11. 25. 10:33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즐겁고 유쾌하다.

23일밤 느닷없이 채팅중에 만남이 제의되고 흔쾌히 만남을 결정했다.

어제 케이티엑스를 타고 동대구로 내려갔었다.

 

점심은 마음에 점을 찍는 것이므로 뼈다귀 감자탕을 먹으며 만남을 시작했다.

이어 경북대 앞의 커피나무라는 카페로 옮겨 서빙하는 애들이 눈치줄 때까지 퍼질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란 것이 시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참 엄청나게 시를 사랑하는 분들이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카모마일을 마실까 하다가 독특하단 얘기를 들을까봐 멕시코커피를 마셨다.

의외로 맛이 좋아 선택이 탁월했다고 자찬했다.

 

어스름에 경북대 캠퍼스를 둘러보며 길다방(?) 커피 한 잔씩 나누며 꿈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다시 학교 앞 스파게티점에 가서 식사를 하였다.

정식 스파게티점은 아니어서 정식명칭은 눈에 안 뜨이고 그래서 비스무리한 걸 시켰는데

내 주문이 주방으로 전달되지 않아 늦게 나오고 덕분에 샐러드와 음료수를 서비스받았다.

역시 이 집에서도 눈치를 줄 때까지 앉아 있었다.

서빙하는 아이들이 전부 남자아이인 것이 특이했다.

고객층을 고려한 전략인가보다.

 

시내 중심가로 옮겨 2.28공원과 국채보상기념공원을 둘러보며

종에 관한 얘기, 마그네슘에 관한 얘기등을 나누며 어두컴컴한 데이트코스를 눈치받으라는 듯 거닐었다.

이윽고 영풍문고에 들어가 시집을 고르고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종류의 책들도 구경했다.

나는 독일에서 땅파고 있는 여자,허수경의 시집을 골라 벗들에게 주었다.

벗들은 내게 유홍준과 유종인의 시집을 선물해 주었다.

어, 유홍준 이 시인은 살벌하지 않나요.

벗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니에요,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따뜻하다고까지 말해서 내가 아는 유홍준이 아닌가,의아한 마음이었다.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맥주와 우유를 나누어 마셨다.

열두시가 다 되어서 나는 맥주가 온몸을 돌고 식었을 때 한기를 느껴 자리에서 일어났다.

워낙 여덟시 사십분차를 예매하고 온 탓에 옷을 얇게 입고 와 한기를 느껴야 했다.

아쉽지만 헤어졌다. 아마 한기가 없었다면 대합실에서 밤을 새웠을지도 모른다.

혹은 생전 가보지 않은 찜질방을 갔을런지도 모른다.

 

케이티엑스는 없었고 무궁화에 몸을 싣고 유홍준의 시를 읽으며 집으로 왔다.

역시나 유홍준의 시는 엽기적인 거다.

그의 우물(정신세계)에서는 섬칫한 낱말들이 퍼올려 진다.

하긴 뭐, 나도 땅에서 섬칫한 뼈를 골라내고 발라내는 허수경시집을 사주었으니 피장파장.

새벽 세시 십오분에 도착한 천안역에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고 천안아산역까지 태워주었다.

아침에 시간에 �겨 허겁지겁 대로에 대놓은 내 차는 무사했다. 누가 끌고가면 어쩌나 했는데.

새벽안개가 너무 자욱해서 오미터앞밖에 보이지 않았다.

 

집에서도 아내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이천칠년 십일월 이십사일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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