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交友錄[유종인]

JOOFEM 2007. 11. 30. 19:39

 

 

 

 

 

交友錄[유종인]

 

 

 

 

눈이 내렸다

어둠 속에서

말 못할 것들이 흩날렸다

 

내리는 눈은

친구가 아니라서

바닥에 쌓이거나

행인의 발길에 밟힐 것이다

 

내리는 눈 속에서

눈을 치우는 사람들이

문밖에 나와 있다

 

호랑이 한 마리 나타나 울부짖으면

내린 눈들이 화들짝 놀라

하늘 속으로 눈 내리러

다시 올라갈 것만 같았다

 

친구는, 내려오는 친구는

저렇게 하얗고 속절없이 많아도

다 내가 더럽혀야 할 눈이었다

 

내리지 않는 눈이

가장 순수한, 착한 눈이었다

친구는

죽은 친구가, 아직 만나지 않은 친구가

제일 좋은 친구다

 

이미 치워진 눈과

치워진 눈 위에 밤을 새워 내리는 눈과

눈을 뭉치며 달아나는 친구의 뒤통수에 정확히 박히는 눈과

말없이 뒤란 그늘 속으로 숨어드는 눈과 함께

친구는,죽은 친구가 제일 착한 친구였다

 

 

 

 

 

 

* 일방적인 사랑과 우정은 없는 법이다.

  기브앤테이크의 법칙이 엄연히 존재하기때문에

  언제나 마음을 풀어헤치지 못하고

  늘 주는 것과 받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고등학교 칠십일회 졸업,대학 칠십칠회 졸업,군대 이십이기 등등

  이렇게 저렇게 맺어진 친구들이

  회비내라, 모임와라,누구 죽었다,여단장됐다,보험들어라,돈 좀 빌려줄래......

  정신없이 긴장하게 만들지만

  아직 만나지 않은 친구는 좋은 친구이고

  죽은 친구는 제일 착한 친구이다.

  그들은 지금의 친구들처럼 적어도 긴장하게는 안 만들므로

  교우록에 있든 없든 편안함, 그 자체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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