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지병의 목록[김언희]

JOOFEM 2007. 11. 28. 22:14
 
 
 
 
지병의 목록[김언희]
 
 
 
 
우스운 것에 밑줄을 긋는 병
날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병
방안에서 길을 잃는 병
혼자서 오중주를 연주하는 병
체중계를 볼 때마다 기절하는 병
주옥 같은 시를 보면 똥을 지리는 병
죽은 사람과 잡담하는 병
애인만 보면 토하는 병
무엇이건 물어서 갖다 바치는 병
썩어 문드러진 부위에 코를 대고 냄새를 즐기는 병
끝까지 참고 보기 힘든 코미디를 끝까지 참고 보는 병
벌쭉벌쭉 똥구멍으로 웃는 병
할지도 모르는 짓 때문에 따귀를 미리 맞아두는 병
슬리퍼를 끌고 복도까지 나가 물벼락을 맞는 병
2,3분마다 창밖을 내다보는 병
나아 보이면 보일수록 점점 더 나빠지는 병
진단도 처방도 할 수 없는 병
낫게 되면 죽는 병
 
 
 

 

 

 

 

 

 
* 병적인 시, 똥을 입으로 토해낸다.

 

  시적인 병, 입을 똥으로 뭉개고 있다.

 

  아, 미치겠다. 주옥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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