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최근에 만난 분 중에 가장 희망적이셨습니다[허 연]

JOOFEM 2007. 12. 11. 21:31

 

 

 

 

 

최근에 만난 분 중에 가장 희망적이셨습니다[허 연]

 


 

 

 

  차가운 문고리에 손을 가져갈 땐 항상 혼자였습니다
죄송하게도 난 아무것도 갖지 못했고, 슬픈 집에서
가지고 나온 연민과 내가 서 있는 샛길이 전부였습니다.
들키지 않은 채 절반도 감기기 전에 끊어진 청춘.


  내 사랑은 나를 넘어 뜨리고 달려가버린 것들 중에 있
었습니다. 아쉽게도 이제 그것들은 내 눈에서 흐르지 않
습니다. 지겹게 내뱉었던 인사말.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팔꿈치가 저렸습니다.


  간직하기에 너무 힘든 나는 섬이었고, 결국 섬은 내 마
음 밖으로 나가주질 않습니다. 무덤덤하게 몰아쳤던 시
퍼런 파도야 잘 있거라. 허전한 기억들아, 당신에게조차
가기 힘들었던 겨울이었습니다. 잊기 힘든.


고맙습니다.
최근에 만난 분 중에 가장 희망적이셨습니다.


 
 

ㅡ시집『불온한 검은피』, 세계사

 

 

 

 


 

 

 * 바다님이 보내주신 시와 사진이다.

 

** 이천칠년은 내게 가장 힘들고 절망적인 해였다.

    아직도 절망은 진행중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산다.

    내게는 용기를 주는 이도 많음을 감사해 한다.

    위의 그림처럼 가진 것 죄다 빼앗기고 빼앗기고 더 이상 빼앗길 게 없을 때

    나는 평온함과 한가닥 희망을 보게 되었다.

    더 나이먹어서 이것이 내 삶의 큰 힘이었다고 고백할 때가 오겠지.

    남자라서 슬픈데 슬프다 말 못하고 사는 심정이다.

    내려놓음,이란 책을 읽으면서 다 내려놓을 수 있을까 했는데

    정말 다 내려놓고 말았다.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동안 시사랑과 블로그는 한송이 꽃이었다.

    그래서 차가운 문고리를 따뜻하게 만져준,희망적인 모든 이에게 감사드린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기척[이병률]  (0) 2007.12.16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이기철]  (0) 2007.12.13
느릅나무가 있는 카페[송종규]  (0) 2007.12.10
가족[진은영]  (0) 2007.12.05
폭설[오탁번]  (0) 2007.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