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정윤천]

JOOFEM 2007. 12. 19. 14:13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정윤천]

 

 

 

 

 

 

시째냐? 악아, 어찌고 사냐. 염치가 참 미제 같다만, 급허게 한 백마넌만 부치야 쓰겄다. 요런 말 안 헐라고 혔넌디, 요새 이빨이 영판 지랄 가터서 치과럴 댕기넌디, 웬수노무 쩐이 애초에 생각보담 불어나부렀다. 너도 어롤 거신디, 에미가 헐 수 �어서 전활 들었다야. 정히 심에 부치면 어쩔 수 없고......

 

선운사 어름 다정민박 집에 밤마실 나갔다가, 스카이라던가 공중파인가로 바둑돌 놓던 채널에 눈 주고 있다가, 울 어매 전화 받았다. 다음 날 주머니 털고, 지갑 털고, 꾀죄죄한 통장 털고, 털어서, 다급한 쩌언 육십마넌만 서둘러 부쳤다.

 

나도 울 어매 폼으로 전활 들었다.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 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멫 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뻬끼 안 되야부요야. 메칠만 지둘리먼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허고 보십시다 잉. 모처럼 큰맘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줘서 지도 잠 거시기허요야. 어찌겄소. 헐헐, 요새 사는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떠그럴, 사십마넌 땜에 그날 밤 오래 잠 달아나버렸다.

 

 

 

 

 

 

 

 

* 가족간에도 돈때문에 체면을 차리지 못해 자존심 상할 때가 있다.

  아무리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라도 자식에게 돈얘기 하기가 껄끄러울 게다.

  배려해 주는 척 미안해 하는 척 하면서 어렵게 얘기를 해야 하는 부모의 처지이고

  자식은 부모의 어려운 마음을 헤아려 보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

  이 궁리,저 궁리 해 보지만 돈 사십만원이 부족해 자식으로서의 체면을 구기기도 한다.

  어느 집이나 이런 풍경은 있을 테다.

  살기 어려운 이 시대에 가난함때문에 부모자식간에도 형제간에도 의가 상할 수 있음이

  어제 오늘일이 아닌 게다. 그러니 어쩌랴, 염치가 미제같이 살아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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