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 거
리며 한대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
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
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
하러 진 설 음식도 없이 맨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
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 당신이라고 불러보고 싶은 당신, 어쩐지 두드러기 날 것도 같은
호칭, 당신, 킥킥 웃음도 나겠지, 혼자 가는 먼 집에 당신은
없을 거야, 이 길, 이 거리에서만 당신은 당신이고 당신이라
부를 수 있는 거야, 당신, 안 그래, 당신의 등 뒤에 이렇게 낙서해,
사랑해 당신,이라고, 사람들이 킥킥거리고 당신도 킥킥거리고,
지금도 당신은 읽을 수 없는 낙서야, 안 그래, 당신, 그만 웃자,
슬픈 당신,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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