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오규원]
아침에는 비가 왔었다
마른 번개가 몇 번 치고
아이가 하나 가고
그리고
사방에서 오후가 왔었다
돌풍이 한 번 불고
다시 한 번 불고
아이가 간 그 길로
젖은 옷을 입고 여자가 갔다
* 오늘 어디 멀리 가지 마라.
- 왜요,어머니
멀리 가면 교통사고 난다더라.
- 네, 그럴께요.
얘,너 무슨 꿈 못꾸었니? 날씨가 험하다, 몸조심해라.
- 네,어머니
어머닌 늘 신문에 난 오늘의 운세를 보며 자식이 행여 다칠세라
안 좋은 운세가 눈에 뜨이면 전화를 주셨다.
이제 운세를 알려줄 수 없는 오후,
비가 오고 그치고
바람이 불고 멈추는 일상 가운데 나는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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