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배님이 그린 천안 북면입니다.
천안(天眼)[서안나]
나는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아요 경로권을 끊고 서울역을 지나 아홉 노인이 살았
다는 구로를 지나고 석수 병점 세마를 거쳐 天安가요 天眼*에는 날개마저 늙어버린 천
사들이 모여 있지요 장기 한 판 두고 나면 도끼자루 썩듯 백 년 같은 하루가 금세 흘러가
요 왕건과 견훤이 치고받던 칼 소리가 쟁쟁한 이곳엔 봄이면 작은 풀꽃들이 핏빛으로
피어나요 공짜점심이 있고 전셋돈 깎는 아들 내외 목소리도 기차처럼 슬쩍 지나가버
리는 天安 가도 가도 물 국수처럼 물리지 않는 天眼 아들에게 안방 내주자 세상은 나를
천국으로 밀어냈어요 난 오늘도 별이 쏟아지는 天眼으로 출근해요 우주선처럼 빠른 지
하철을 타지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지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지요 입술이 유난히 붉은
天安 댁처럼 공짜로 나를 받아주는 天眼 난 날마다 지옥과 천국을 오가요 나는 오늘도
天眼 간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환히 보는 신통한 마음의 눈. 천도(天道)에 나거나 선정(禪定)을
닦아서 얻게 되는 눈.
* 서울의 노인들은 천안이 천국인 줄 알고 천안행 전철에 몸을 싣는다.
차비는 공짜이고 정거장마다 서며 시간을 죽여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어디든 천국 하나쯤 간직하고 천국 향하는 마음으로 살 일이다.
천안에 사는 나는 어디에 천국을 두고 살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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