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송수권]
벌교 참꼬막 집에 갔어요.
꼬막 정식을 시켰지요.
꼬막회, 꼬막탕, 꼬막구이, 꼬막전
그리고 삶은 꼬막 한 접시가 올라왔어요.
남도 시인, 손톱으로 잘도 까먹는데
저는 젓가락으로 공깃돌 놀이하듯 굴리고 있었지요.
제삿날 괴** 꼬막 보듯하는군! 퉁을 맞았지요.
손톱이 없으면 밥 퍼먹는 숟가락 몽댕이를
참꼬막 똥구멍으로 밀어 넣어 확 비틀래요.
그래서 저도-확, 비틀었지요.
온 얼굴에 뻘물이 튀더라고요.
그쪽 말로 그 맛 한번 숭악***하더라고요.
비열한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도 남도 시인- 이 맛을 두고 그늘이
있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그늘 있는 맛, 그늘 있는 소리, 그늘
있는 삶, 그늘 있는 사람.
그게 진짜 곰삭은 삶이래요.
현대시란 책상물림으로 퍼즐게임 하는 거 아니래요.
그건 고양이가 제삿날 밤 참꼬막을 깔 줄모르니
앞발로 어르며 공깃돌놀이 하는 거래요.
詩도 그늘 있는 詩를 쓰라고 또 퉁을 맞았지요.
*퉁: 꾸지람.
** 괴: 고양이.
*** 숭악한 맛: 깊은 맛.
(현대시학 9월호)
* 입맛이 소태맛 같아도 꼬막맛만은 변하지 않는다,라던데
시사랑도, 시사람도 꼬막맛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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