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땅[김춘자]
행복한 봄날[김소연]
너의 가시와 나의 가시가
깍지 낀 양손과도 같았다
맞물려서 서로의 살이 되는
찔려서 흘린 피와
찌르면서 흘린 피로 접착된
악수와도 같았다
너를 버리면
내가 사라지는,
나를 지우면
네가 없어지는
이 서러운 심사를 대신하여
꽃을 버리는 나무와
나무를 저버리는 꽃 이파리가
사방천지에 흥건하다
야멸차게 걸어잠근 문 안에서
처연하게 돌아서는 문 밖에서
서로 다른 입술로 새어 나오는 한숨이 있었는데
흘리는 눈물의 연유는 다르지 않았다
꽃봉오리를 여는 피곤에 대하여도
이 얼굴에 흉터처럼 드리워진
나뭇가지 그림자에 대하여도
우리의 귀에 새순이 날 때까지는
말하지 않기로 하자
* 버림을 받았는데,
그래서 눈물을 흘린다는데
행복하다니
귀에 새순이 날때까지 기다리자니
무자비하고도
잔인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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