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이쁜[윤관영]
새벽에, 개똥을 두엄더미에 던지며
처먹고 똥만 싼다고 부삽 득득 긁지만,
기분 좋은 투정도 있기는 있는 것이다
투정에 걸리는 밤송이와 도토리집은
부삽질을 부드럽게 한다
저를 열어 제 속의 것 떨어뜨린 것이
바짝 세운 가시를 그대로 두고
무른 안부터 녹아 가면서, 금세
거름빛을 닮아 가는 중인 것이다
부삽이야말로 밤송이 까는데 제격이지만
발에 밟힌 밤송이는 이슬에 젖어
눅눅한 것이어서, 가시마저
밤 궁둥이마냥 이뻐 보이는 것이어서,
돌팍을 텡텡 쳐보기도 하는 것인데
눅진한 아침도 이때, 흠칫
이슬을 터는 것이다
가끔은 내가 봐도
내가 이쁠 때가 있는 것이다
* 살다보면 내가 나를 이뻐할 때도 있는 게다.
어떤 것에 몰입을 해서 내 것을 만들어냈을 때
그래서 그 것을 남앞에 내밀었을 때
나는 나를 찾았으므로 내가 이쁜 게다.
내가 싼 똥을 바라보며 이뻐할 때도 있는 게다.
** 윤관영시인의 첫 시집이 나왔다.
'주인철선생님께, 윤관영'이라고 사인이 적힌 시집이 배달되었다.
만만치 않은 내공으로 쓴 시들을 모아 펴낸 시집이다.
정모때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줄 거다. 아카바님이 협찬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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