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어쩌다, 내가 이쁜[윤관영]

JOOFEM 2008. 5. 17. 01:37

 

 

 

 

 

 

어쩌다, 내가 이쁜[윤관영]

 

 

 

 

새벽에, 개똥을 두엄더미에 던지며

처먹고 똥만 싼다고 부삽 득득 긁지만,

기분 좋은 투정도 있기는 있는 것이다

투정에 걸리는 밤송이와 도토리집은

부삽질을 부드럽게 한다

저를 열어 제 속의 것 떨어뜨린 것이

바짝 세운 가시를 그대로 두고

무른 안부터 녹아 가면서, 금세

거름빛을 닮아 가는 중인 것이다

부삽이야말로 밤송이 까는데 제격이지만

발에 밟힌 밤송이는 이슬에 젖어

눅눅한 것이어서, 가시마저

밤 궁둥이마냥 이뻐 보이는 것이어서,

돌팍을 텡텡 쳐보기도 하는 것인데

눅진한 아침도 이때, 흠칫

이슬을 터는 것이다

 

가끔은 내가 봐도

내가 이쁠 때가 있는 것이다

 

 

 

 

 

 

 

* 살다보면 내가 나를 이뻐할 때도 있는 게다.

어떤 것에 몰입을 해서 내 것을 만들어냈을 때

그래서 그 것을 남앞에 내밀었을 때

나는 나를 찾았으므로 내가 이쁜 게다.

내가 싼 똥을 바라보며 이뻐할 때도 있는 게다.

 

** 윤관영시인의 첫 시집이 나왔다.

'주인철선생님께, 윤관영'이라고 사인이 적힌 시집이 배달되었다.

만만치 않은 내공으로 쓴 시들을 모아 펴낸 시집이다.

정모때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줄 거다. 아카바님이 협찬해주셨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生 - 접속사接續詞풍으로[윤관영]  (0) 2008.05.18
그 돌[황동규]  (0) 2008.05.18
거짓말[위선환]  (0) 2008.05.14
검은 담즙[조용미]  (0) 2008.05.12
퉁 [송수권]  (0) 2008.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