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생生 - 접속사接續詞풍으로[윤관영]

JOOFEM 2008. 5. 18. 13:21

                                                                                                            성태훈

 

 

 

 

 

생生 - 접속사接續詞풍으로[윤관영]

 

 

 

 

그리고그리고그리고로

이어진던 생生은

그런데에서 한방 먹었다

생의 과거가 새끼처럼 꼬이면서 출렁거렸다

그때 그러나가 고개를 들었다 생은

또 생이니까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러니까, 물음표가 옆구리를 찌르고

느낌표가 찍혀서야 생은

구두끈을 매기도 했다

생은 또 생이니까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가슴에 대 보듯이

댈 만한 접속사는 다 갖다

대보기도 했다, 혹 주기마다

도가니 같은 연륜이 쌓이면서 생은

자신이 별 거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한 잔도 하고 연애도 하고

여행도 하다가 이럴 수는 없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잡고 늘어져도 보았다

대 볼 만한 것은 다 갖다 대 본 끝이라

맨 속은 터수라

전처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믿어 보기로 한다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이 배신이라는 것을

그런, 접속사도 끌어댈 나름이라는 것을

안 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게 당할 것을

준비한다 그러나 물고 늘어질 것이

그밖에 없는지라 제 앞에 그를

세운다 답이 없는 문제지를 받아든 것을 짐짓

감 잡은 생은 담배를 꼬나물고

진지하게 고민(하다가)하는 체하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앞세우고

한 잔하러 나간다

 

                                   어쩌다, 내가 예쁜[윤관영시집] 시안황금알시인선

 

 

 

 

 

 

* 생은 그러나 늘 배신을 때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또 배신을 때린다

그러니까 생은 속고 속이고 그렇게 산다

그런데 노하지 말라고도 하고 슬퍼하지 말라고도 한다.

 

그러나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내일도 배신을 때리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의 끈을 놓지 말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은 충분히 살만한 것이라고

생의 끈을 꽉 붙들라 한다

생이 있는 한은,

 

그래서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꽉 붙들고 산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아마 내일도 그렇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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