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연
여름 저녁2[정현종]
산에서 내려온다 가끔 들르는
식당 배나무 아래서
오늘도 맥주 한 잔.
안주는 오이 몇 쪽(거저)
오이와 된장 사이
술잔과 술병 주위에 모기.
한 병을 비우고 나서
나는 쟁반을 들고 내려간다.
맥주 마시는 것도 좋지만
다 먹은 쟁반을 들고 가는 것도 즐겁다.
비탈진 배나무밭이 폭우로 깊이 패여
작은 계곡들이 여럿 생겼다.
쟁반을 들고
그 패인 계곡을 한걸음에 건너가는 것도 좋다.
거인이 따로 없다.
일하는 아가씨가 저녁 먹다 말고
쟁반을 받으러 부지런히 온다.
그가 미안해하는 것도 좋다.
* 저녁의 풍경은 아름답다.
적당히 더위를 식힌 저녁은 맥주 한병으로도 족하다.
어울리지 않는 오이안주로도 흐뭇하고
쟁반을 주고받는 남녀의 교감도 사랑스럽다.
벌써 여름이다.
유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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