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에 나오는 세인트마틴 사진
새똥 몇 점[장석주]
바람이 분다, 마른 명아주들이
일제히 흔들린다.
바람이 공중에 쓰는
상형문자들이 옆으로 기운다.
김환기 화백이 붓끝으로 점을
쿡,쿡 찍는다.
하늘엔 별,
땅엔 새똥.
* 십년도 더 된 얘기다.
내가 카에어컨 만드는 회사의 품질을 관리하면서
품질문제가 터지면 대책발표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한번은 중남미 세인트마틴이라는 섬나라에 승용차를 수출한 게
전부 부식이 되어 개선대책을 발표하러 거래선에 갔었다.
쏟아지는 질문에 당췌 뾰족한 원인분석없이는 답변을 할 수 없었다. 쩔쩔매던 중,
어렸을 때 소년중앙에서 본 새똥의 강한 독성을 기억해 내곤
원인을 새똥으로 몰아갔다.
'새들이 많이 사는 이 작은 섬나라에는 새똥이 많아서 비가 오기만 하면
새똥이 튀어서 자동차 그릴을 통해 유입되고 강산성인 새똥으로 인해 알루미늄은 부식되고......'
나의 새똥이론을 듣던 거래선 사장님은 당장 세인트마틴에 가서 새똥을 조사해 보라고 했고
그래서 덕분에 나도 세인트마틴을 가보나 했는데
나중엔 흐지부지되어 결국 남은 건 새똥이론만 신화처럼 남아있다.
나는 늘 후배들에게 이 새똥이론을 가르쳐 주곤 했다.
차에서 찬 바람이 안나오면 새똥을 의심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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