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날마다 상여도 없이[이성복]

JOOFEM 2008. 6. 18. 07:24

 

 

 

 

날마다 상여도 없이 [이성복]

 

 

 

 


저놈의  꽃들  또  피었네
먼저  핀  꽃들  지기  시작하네
나는  피는  꽃  안 보려고
해  뜨기 전에  집  나가고,
해  지기  전엔  안  돌아오는데,
나는  죽는  꼴  보기  싫어
개도  금붕어도  안  키우는데,
나는  활짝  핀  저  꽃들  싫어
저  꽃들  지는  꼴  정말  못  보겠네
날마다  부고도  없이  떠나는  꽃들.
날마다  상여도  없이  떠나가는  꽃들

 

 

 

 

 

 

* 정말이지 죽는 꼴 보기 싫어 생물은 안 키우려고 한다.

기왕에 키우던 화분들도 지난 겨울에 대부분 굶겨죽이고

겨우 생존한 몇개만 안타까이 물을 주고 있다.

동물도 유일하게 칸쵸만 남아서 아침저녁으로 밥을 준다.

밥을 준다는 것, 물을 준다는 것, 사랑을 준다는 것

나중에 떠나가는 그 꼴을 보기 두려워

이제 두번 다시 생물은 안 키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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