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부생육기中에서

JOOFEM 2008. 8. 9. 09:48

 

                              육심원의 그림에 나오는 여인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운이

 

 

 

 

 

운이는 처음에는 통 말이 없었다. 단지 내가 이야기하는 것만은 듣기 좋아했다. 나는 그녀가 말을 하게 하려고 울지 않는 귀뚜라미를 갈대풀로 건드려 울게 할 때처럼 했더니 운이도 차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밥을 국에 말아서 개로유부와 함께 먹는 걸 좋아했다. 이것을 소주 지방 사람들은 '냄새가 지독한 유부'라고 불렀다. 운이는 또 하로과도 잘 먹었다. 이 두 가지 음식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어서 나는 운이를 놀려 주었다.

 "개는 위장이 없어 똥을 먹는데, 그것은 냄새나고 더러운 줄을 모르기 때문이지. 말똥구리는 똥을 둥글게 굴려서 매미로 변하는데, 그것은 높은 곳에서 추켜세워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라오. 그렇다면 당신은 개요, 매미요?"

 "개로유부는 가격이 저렴하고 죽하고 먹을 수도 있고 밥하고 먹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즐겨 먹어 왔지요. 지금은 당신의 집에 와 있으니 이미 말똥구리가 매미로 변한 것이나 다를 바 없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먹기 좋아하는 것은 근본을 잊지 않으려 하고자 하는 것이랍니다. 하로과의 맛은 여기 와서 처음 알았을 뿐이구요."

 " 그럼, 우리 집이 개집이란 말이오?"

 운이는 난처해져서는 억지로 이렇게 변명했다.

 "무릇 똥이라고 하는 것은 집집마다 다 있는 것인데, 다만 그것을 먹느냐 먹지 않느냐의 구별만 있을 뿐이랍니다. 당신이 마늘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저 또한 억지로 마늘을 먹지요. 유부는 억지로 권할 수 없지만 하로과는 코를 막으면 그런대로 대충 맛은 알 수 있을 거예요. 목구멍만 넘어가면 그 훌륭한 맛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마치 무염녀(제나라 선왕의 부인이 박색이었는데 무염읍 출신이었다)의 얼굴이 비록 못생기기는 했지만 그 품덕이 아름다운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 나를 개로 만들 작정이오."

" 전 개가 된지 이미 오래 되었답니다. 당신께는 죄송하지만 맛 좀 보세요."

 그러면서 운이는 젓가락으로 집어 억지로 내 입에 밀어넣었다.

나는 코를 막고 그것을 씹어먹었다. 그런데 사각사각한 것이 맛있는 것 같았다. 코에서 손을 떼고 다시 씹어 보았다. 뜻밖에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때부터 나도 개로유부를 좋아하게 되었다. 운이는 참기름과 흰 설탕을 조금 넣어 개로유부와 버무려서 내왔는데 색다른 맛이 있었다. 또 하로과를 잘게 찧어서 개로유부와 버무리기도 했는데, 이것을 우리는 쌍선장이라고 이름붙였다. 이 역시 별미였다.

 "처음에는 싫었는데 자꾸 먹다보니 좋아지게 되었소. 그런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비록 추녀라 할지라도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지요."

 

                                                                             - 沈復의 浮生六記중에서 일부

 

 

 

* 주페가 고일일 때 읽었던 책입니다.

일천칠백칠십칠년에 살았던 여자이지만 참 좋아하는 여자입니다.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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