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고전적인 자전거 타기[복효근]
넘어져보라 수도 없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르팍에 상채기를 새기며
제대로 넘어지는 법부터 배워야 하리라
요즘처럼 아주 작은 어린이용 자전거 말고
페달에 발끝이 닿지도 않는
아버지의 삼천리호 자전거를 훔쳐 타고서
오른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더욱 오른쪽으로 핸들을 기울여보라
왼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왼쪽으로 핸들을 더욱 기울여보라
그렇다고 어떻게야 되겠느냐
왼쪽 아니면 오른쪽밖에 없는 이 곤두박질 나라에서
수도 없이 넘어져보라
넘어지는 쪽으로 오히려 핸들을 기울여야 하는 이치를
자전거를 배우다보면 알게 되리라
넘어짐으로 익힌 균형감각으로
살아가는 이 땅의 아비들을 이해할 날도 있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에사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네가 아비가 되어있으리라
* 스스로 방향을 조절하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균형을 잡을 줄 아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무르팍에 상채기를 내고서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게다.
난 어렸을 때 이 어른들이 타는 삼천리호 자전거로 타는 법을 터득했다.
처음 타고 비척비척거리다가 엿장수의 리어카를 건드려 엿목판을 뒤집어 엎었다.
다행히 아버지가 엿값을 물어주고 나는 죄스런 마음으로 울면서 며칠이고 그 엿을 먹었다.
그 아슬아슬한 균형을 터득한 지금도 세상사는 법을 잘 몰라 비척거리긴 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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