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안개꽃[복효근]

JOOFEM 2008. 9. 4. 22:49

 

 

 

 

안개꽃[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는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 이 시를 좋아하는 건 내 인생관과 같기때문이다.

나는 소프라노보다는 앨토의 삶을 더 좋아하며

대장보다는 참모의 삶을 좋아한다.

스폿라이트를 받는 가수보다는 백댄서나 백코러스의 삶을 좋아하며

장미처럼 거들먹거리는 것보다는 조용히 장미를 받쳐주는 안개꽃의 삶을 좋아한다.

겸손함이 있어서 좋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