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는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 이 시를 좋아하는 건 내 인생관과 같기때문이다.
나는 소프라노보다는 앨토의 삶을 더 좋아하며
대장보다는 참모의 삶을 좋아한다.
스폿라이트를 받는 가수보다는 백댄서나 백코러스의 삶을 좋아하며
장미처럼 거들먹거리는 것보다는 조용히 장미를 받쳐주는 안개꽃의 삶을 좋아한다.
겸손함이 있어서 좋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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