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안녕, 여보![정끝별]

JOOFEM 2008. 12. 13. 10:13

 

                                                                                             황규백

 

 

 

 

 

 

안녕, 여보![정끝별]

 

 

 

삼십년을 한 여자와 희희낙락 살 맞대고 살다

삼십년을 한 여자와 티격태격 지지고 볶고 살다

삼십년을 공중부양하듯

삼십년을 산 집으로부터 홀연 이륙하며

삼십년을 향해 달랑 편지 한장 남겼다지

단 두 마디 남기고 날라버렸다지

 

안녕, 여보!

 

남겨진 단 두 마디 때문에

남겨진 여자 허겁지겁 날아다니며

나흘 만의 남자 동해안 민박집에서 체포해 왔다지

다시 삼십년을 기약하며 잘살고 있다지

안녕, 여보!

변명 없는 단 두 마디

안녕, 여보!

비난도 없는 단 두 마디

두 마디 넘겼다면 지금쯤 남 되었을 거라지

 

아니, 여보!대신

안돼, 여보!대신

상쾌한 단 두 마디

장쾌한 단 두 마디

 

안녕, 여보!

 

 

 

 

* 어떤 종교에서는 남녀를 짝을 지어주고 합동 결혼식을 한다고 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 짝을 지어준다는 말이다.

그게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관계없이 일견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교리는 대개 '서로 사랑하라' '평생 사랑하라' 혹은 '원수를 사랑하라'일거고

그러니 생판 모르는 사람을 원수같을지라도 평생 사랑하며 살아야 할 테다.

삼십년을 지지고 볶고 살았다면 알 건 다 알테지만 사람은 다 알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은 '그 때 그 때 달라요'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보, 안녕!하고 날라버리는 거다.

다시 시작하는 삼십년은 그래서 아름답다.

그러니 지나간 삼십년을 변명하지도 말고 비난도 하지말라.

그 삼십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감사한 일이기 때문이다.

삼십년마다 이렇게 하직 인사를 하자.

안녕, 여보!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신달자]  (0) 2008.12.20
[스크랩] 서평-김혜원 시집『물고기 시계』  (0) 2008.12.16
단추를 채우면서[천양희]  (0) 2008.12.09
작명의 즐거움[이정록]  (0) 2008.12.06
시원문학동인회 제7집   (0) 2008.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