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 위에서 소세지 굽는 지그. 참 기발한 아이디어......
작명의 즐거움[이정록]
콘돔을 대신할
우리말 공모에 애필(愛必)이 뽑혔지만
애필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결사적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중 한글의 우수성을 맘껏 뽐낸 것들을 모아놓고 보니 삼가 존경심마저 든다
똘이옷, 고추주머니, 거시기장화, 밤꽃봉투, 남성용고무장갑, 정관수술사촌, 올챙이그물, 정충검문소, 방망이투명망토, 물안새, 그거, 고래옷, 육봉두루마기, 성인용풍선, 똘똘이하이바, 동굴탐사복, 꼬치카바, 꿀방망이장갑, 정자지우개, 버섯덮개, 거시기골무, 여따찍싸, 버섯랩, 올챙이수용소, 쭈쭈바껍데기, 솟아난열정내가막는다, 가운뎃다리작업복, 즐싸, 고무자꾸, 무골장군수영복, 액가두리, 정자감옥, 응응응장화, 찍하고나온놈이대갈박고기절해
아, 시 쓰는 사람도 작명의 즐거움으로 견디는 바
나는 한없이 거시기가 위축되는 것이었다
봄 가뭄에 보리누룽지처럼 졸아붙은 올챙이 눈
그 작고 깊은 끈적임을 천배쯤 키워놓으면
그게 바로 콘돔이거니, 달리 요약 함축할 길 없어
개펄 진창에 허벅지까지 빠지던 먹먹함만 떠올려보는 것이었다
애보기글렀네, 짱뚱어우비, 개불장화를 나란히 써놓고
머릿속 뻘구녕만 들락거려보는 것이었다
* 작명의 즐거움을 주는 건 그 하나하나가 기발하다는데 있다.
아니, 의미가 다 담겨져 있다는데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중학교 다닐 때 시인들처럼 아호를 지어본 적이 있고(지금 생각하면 유치찬란......)
고등학교 때 지금의 닉네임을 지어본 적이 있다.
지금 인터넷에는 많은 작명들이 있지만 내 닉은 내가 생각해도 조금은 독특하게 지어진 편이다.
중복될 수 없는 닉이기도 하다.
그리고는 아이 셋의 이름을 지은 것이 가장 의미있는 일이었을 게다.
컴퓨터로 조합을 이용해 수많은 여자아이 이름을 발췌해서 압축,압축해서 열개를 뽑고 가족회의를 거쳐 지어진 현경.
작명책을 사서 열심히 공부해서 획수를 맞추어 만든 민우.
오빠와 함께 아름다운 우주를 이루라고 지어준 현주.
이름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았던 것이야말로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 블로그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하던데 고생을 즐거워 해야하나.
콘돔을 대신할 우리말 공모를 다시 한다면 정(精)담이,를 추천합니다. 담는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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