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소[신달자]

JOOFEM 2008. 12. 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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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달자]

 

 

 

 

사나운 소 한 마리 몰고

여기까지 왔다

소몰이 끈이 너덜너덜 닳았다

미쳐 날뛰는 더러운 성질

골짝마다 난장쳤다

손목 휘어지도록 잡아끌고 왔다

뿔이 허공을 치받을 때마다

몸 성한 곳이 없다

뼈가 패였다

마음의 뿌리가 잘린 채 다 드러났다

징그럽게 뒤틀리고 꼬였다

생을 패대기쳤다

세월이 소의 귀싸대기를 한 사흘 때려 부렸나

늙은 악마 뿔 삭아내리고

쭈그러진 살 늘어뜨린 채 주저앉았다 넝마 같다

핏발 가신 눈 꿈벅이며 이제사 졸리는가

쉿!

잠들라 운명.

 

 

시간의 톱날처럼 강한 것은 없다. 그것은 생명까지도 운명까지도 잘리게 한다.

지랄 같은 소 한 마리 너무 오래 으르렁거리며 함께 왔다.

지금은 눈물 그릉그릉 보기 불쌍하다. 그러나 혹 그 소가 살아 일어나 날뛰기라도 할까 잠든 소 옆을 발소리 죽이며 걸어간다.

 

 

 

 

 

* 소의 삶은 인간과 아주 흡사하다.

대개 남자들은 소처럼 산다. 돈벌어오는 기계가 되어 아뭇소리 못하고 산다.

마음의 뿌리가 잘린 채 다 드러나도 아뭇소리 못한다.

그렇게 한평생이다.

그런데 꼭 남자만 그런 것은 아니다.

여자의 경우도 자식들을 키워내며 아뭇소리 못하고 살기는 마찬가지다.

기계가 벌어온 돈으로 자식들 입에 넣어주며 끝없는 노동에

그렇게 한평생이다.

그러니 소의 삶은 곧 인생과도 같은 거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눈물이 그릉그릉 불쌍한 거다.

 

내년이 소의 해라고 하니 남자는 기계가 되고 여자는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소처럼 살라 한다.

그렇게라도 살면 다행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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