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단추를 채우면서[천양희]

JOOFEM 2008. 12. 9. 22:29

 

 

 

 

 

 

 

단추를 채우면서[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군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누구나 늘 단추구멍을 잘 찾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첫 단추를 잘못 채우기도 한다.

그런데 옷 한벌 입지 못했을 때 자괴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인생을 잘못 살았구나, 생각하면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잘못 채운 것 도로 풀러서 처음부터 다시 채우면 되는데도

그게 잘 안될 때가 많다.

전에는 세상을 잘못 채우는 사람을 보면 한심해 보였는데

이제 내가 그 한심한 사람이 되어 있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