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혹은 언어의 감옥[유하]
난 외로움의 힘으로 집을 짓는다 몸의 내부 깊은 곳
음습한 욕망을 나는 은빛 유혹으로 바꿀 줄 안다
꽁무니에서 나오는 가녀린 실의 끈적거림
나는 그만큼 삶에 집착한다 그러니까
내 집은 내 욕망의 무늬이자 미로인 셈이다
내가 풀어 놓은 무늬에 때론 내가 헤매기도 하기에,
오늘은 하루종일 하루종일 하루살이를 기다렸다 세상의 온갖 방황도
내 집에 갇힌 이상, 내 좋은 대리 경험의 양분일 뿐이다
먹이는 고스란히 내 집의 실기둥으로 뽑혀져 나온다
먹이들의 살과 뼈를 원료로 이루어진 집,
나는 안다 자기 몸이 결국 자기 덫이었음을
적어도 나는 그 죽음의 덫을 내 식으로 육화시킬 줄 아는
교활함을 지녔다..... 저주받았으므로, 난 즐겁다
자, 내 분신 같은 새끼들아, 날 남김없이 먹어 해치워 다오
난 내 욕망의 무늬를 끝없이 확대 재생산하고 싶다
그리하여 모든 너 안에 내가 살고 싶다
* 블로그는 하나의 감옥이다.
내 언어로 집을 지어 그 언어에게 잡아먹히는 감옥이다.
하지만 영원한 감옥은 아니다.
언젠가는 해방이 되는 그런 감옥이다.
몇년전 열고 들어가는 방,에서 언급했듯이 블로그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이웃블로거가 엠파스로 이주한다기에 따라가서 또 다른 집을 만든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엠파스가 다음달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는 거다.
그동안 엠파스에서 이웃들과 나누었던 교감은 연기처럼 사라지게 되었다.
다행히 엠파스에서 얻은 친구 두명과는 오프라인으로도 친분을 유지하고
가끔은 시사랑카페에도 찾아와 글도 남긴다.
다음에서의 블로그 역시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이텔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사라졌듯이.......
그러니 감옥에서 해방되는 그 날까지 부지런히 실기둥을 만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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