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윤희상]
화가는
바람을 그리기 위해
바람을 그리지 않고
바람에 뒤척거리는 수선화를 그렸다
바람에는 붓도 닿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어떤 사람들은
그곳에서 바람은 보지 않고
수선화만 보고 갔다
화가가 나서서
탓할 일이 아니었다
* 문학이든, 영화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만든 이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것을 바라보는 타자에 의해 의미가 부여된다.
우리의 인생도 살아있는 나와는 무관하게 타인들이 나를 바라봄으로서
나의 삶이 결정되기도 한다.
그러니 타인의 시선을 탓할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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