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꽃단추[손택수]

JOOFEM 2009. 3. 1. 09:15

 

 

 

 

 

꽃단추[손택수]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 사이에,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이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 세상을 사는 원리는 참 많다.

지퍼같은 원리, 단추같은 원리 등등......

단추처럼 느리지만 기다림의 미학도 있고 견디는 즐거움도 있는 원리.

원리대로 산다는 건 자연에 순응하며 산다는 거다.

봄이 되었으니 원리대로 새순이 돋고 물이 돌고 바람이 춤추고

꽃이 단추를 채우겠다.

또 채워진 단추를 풀겠다.

채우고 풀고 채우고 풀고를 반복하면서

땅위엔 꽃세상이요, 땅속엔 뿌리세상이렸다.

고통과 희열이 교차하는 봄에,

 

 

** 어제 초록여신님이 주신 시편지에 담긴 시를 옮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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