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꽃[황동규]
내 만난 꽃 중 가장 작은 꽃
냉이꽃과 벼룩이자리꽃이 이웃에 피어
서로 자기가 작다고 속삭인다.
자세히 보면 얼굴들 생글생글
이 빠진 꽃잎 하나 없이
하나같이 예쁘다
동료들 자리 비운 주말 오후
직장 뒷산에 앉아 잠깐 조는 참
누군가 물었다. 너는 무슨 꽃?
잠결에 대답했다. 꿈꽃.
작디작아 외롭지 않을 때는 채 뵈지 않는
(내 이는 몰래 빠집니다)
바로 그대 발치에 핀 꿈꽃.
* 오늘은 경칩.
겨울잠자던 개구리가 봄기운에 놀라 눈뜨는 아침이다.
마침 봄비가 가볍게 내려주고 꽃소식을 재촉해 준다.
이제 여기저기 작은 꽃들이 속삭이듯 피어날 테다.
나른해지는 봄날엔 자다가 화들짝 놀라 꿈꽃이 클로즈업될 게다.
갑자기 꽃타령을 하게 되는 봄날 아침이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홀로움[황동규] (0) | 2009.03.10 |
---|---|
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고영민] (0) | 2009.03.08 |
소설(小雪)을 지나다 (외 4편) [홍정순] (0) | 2009.03.02 |
꽃단추[손택수] (0) | 2009.03.01 |
냉이꽃[안도현] (0) | 2009.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