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당신의 입속[고영민]

JOOFEM 2009. 5. 7. 23:35

 

 

 

 

 

 

당신의 입속[고영민]

 

 

 

 

 

 

  여섯살 된 딸이 생선을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렸다 밥

한 숟가락을 떠 씹지말고 삼키라 했다 딸아이는 울며 입

속의 밥을 연신 우물거린다 씹지 말고 삼켜라 그냥 씹지

말고!

 

  어릴 적 나도 호되게 생선가시 하나가 목에 걸린 적이

있다 밥이 삼켜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직접 밥 한 숟가락

을 꿀꺽, 씹지도 않고 삼켜 보였다 그리고 아, 입을 벌

려 당신의 입속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 사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시간이 가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치려든다.

어른이 안될까봐 안쓰러워서일까.

어느덧 나도 어른이 되어 아이들이 어른이 안될까봐 안쓰러워 하며

호된 야단을 치곤 한다.

언젠간 이 아이들도 나처럼 호된 야단을 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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