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반뼘[손세실리아]

JOOFEM 2009. 5. 11. 07:19

 

 

 

 

 

 

 

 

반뼘[손세실리아]

 

 

 

 

 

무명 록 가수가 주인인

모 라이브 카페 구석진 자리엔

닿기만 해도 심하게 뒤뚱거려

술 쏟는 일 다반사인 원탁이 놓여있다

기울기가 현저하게 차이지는 거기

누가 앉을까 싶지만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날이나 월세날

은퇴한 록밴드 출신들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코 어이쿠 술병 엎질러가며

작정하고 매상 올려준다는데

꿈의 반뼘을 상실한 이들이

발목 반뼘 잘려나간 짝다리 탁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온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지켜보다가 문득

반뼘쯤 모자란 시를 써야겠다 생각한다

생의 의지를 반뼘쯤 놓아버린 누군가

행간으로 걸어들어와 온뼘을 이루는

그런

 

 

 

 

 

 

* 시를 사랑하는데에도

세상을 사랑하는데에도

사람을 사랑하는데에도

반뼘쯤의 품앗이가 필요하다.

그게 온뼘을 이루는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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