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함허동천

JOOFEM 2009. 5. 9. 23:59

 

 

* 바람을 쐬러 강화도를 드라이브하고 왔다.

동막해수욕장을 향해 가던 중 '함허동천'이 눈에 띠었다.

정확한 뜻을 모르는데다 시인이 전동헌인지 전동관인지 생각이 날듯말듯 했다.

등산로라고 해야할지 산책로라고 해야할지 따라 올라가다 함허동천이라는 곳엘 도착했다.

안내판에 설명이 씌어 있었다.

함허대사가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있는 곳'이라고 함허동천의 뜻을 알려준다.

위 사진은 핸드폰에 찍어온 것이다.

글자 새겨진 바위앞에서 하늘을 보면 마치 우물안에서 하늘을 보는 것 같다.

오늘의 날씨가 맑지는 않아서인지 함허동천이 아니었지만 맑은 날에는 맑은 하늘에 잠겨 있을것만 같다.

근처의 동막해수욕장에는 의외로 많은 가족들이 돗자리 깔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갯펄에서는 머드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내게 좋은 것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바람이었다.

 

나는 오늘 하루,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있는 곳에서 살다왔다.

 

 

 

 

함허동천에서 오래 서성이다[전동균]

 

 

 

 

 

으슬으슬한

저녁답, 가랑잎 부서지는 소리가

자꾸 발밑에서 들렸네

 

어두워지기 전에 강물은

푸른 회초리처럼 휘어졌다가

흉터 많은 내 이마를 후려치고,

아까보다는 훨씬 더 깊어져

불빛도 안 켜진 사람의 마을 쪽으로

그렁그렁 흘러갔네

 

- 내 눈에는 왜 모래알이

서걱이는지 몰라, 눈을 뜰 때마다

눈 못 뜨게 매운 연기가

어디서 차오르는지 몰라,

 

잘못 살아왔다고, 너무

아프게 자책하지 말라고

갈 곳 없는 새들은

물에 잠긴 옛집 나무 그림자를 흔들며

석유곤로에 냄비밥을 안치는

독거獨居의 마음속으로 떼지어 날아들고

 

아무것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저녁답, 나는

집에 안 가려 떼를 쓰는

새끼염소나 달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