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요괴인간[권혁웅]

JOOFEM 2009. 5. 1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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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인간[권혁웅]

 

 

 

 

 

 

  벰 베라 베로를 아시는가? 손가락이 세 개씩, 두 손에

도합 여섯 개밨에 없던 남매, 셋이 가진 걸 다 합쳐도 겨

우 열여덟 개였던 남매, 게다가 맏이는 장님이어서 셋을

모아도 눈동자가  넷뿐이었던 남매,

 

  늘 사람이 되고 싶다고 중얼거리던 이들

 

  돼지엄마네 큰형은 도수 높은 안경알 속에 콩알만한

눈을 끔벅이며 서류철 속에서 살았다 형은 동사무소 9급

주사보, 주민등록등본 호적등본 호적초본 인감증명서 토

지대장 사이를 늘 왕복했다

 

  작은 형은 공장에 나갔는데 프레쓰기가 손가락 둘을 먹

어버렸다 늘 왼손으로만 악수하던 사람, 사귀던 여자가

떠나갔는데 힘센 오른손으로는 잡을 수 없어서 대신에

세 손가락으로 엿을 먹였다고 한다

 

  막내 미정이는 내 쌘드백, 학교 가면서 한 번 오면서 한

번 저녁에 또 한번 미정이는 얻어맞았다 왜 때렸느냐고

묻는다면 쌘드백이 거기 있어서라고 대답할 수 밖에, 나

중에 버스 차장이 되었고 문틀에 끼어 왼손이 너덜너덜

해졌다 오라이라는 거, 쉽지 않은 말이다

 

  요괴인간은 늘 악마, 유령, 좀비, 늑대인간과 싸웠다 적

들의 목록을 간추리는 일은 당신에게 맡기겠다 엄마가

돼지인지 돼지들의 엄마인지도 눈 밝은 당신의 몫이다

다만 내가 어둠의 세력이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사람

이 되는 게 쉬웠으면 그들이 출연할 때마다 노래를 했겠

는가 말이다

 

 

 

 

 

 

* 권혁웅시인은 나보다도 칠년쯤 후배일텐데 어떻게 요괴인간을 알까 궁금하다.

나중에 재방송을 해준 것도 아닐텐데......

대개 세대를 가르는 방법중의 하나가 너 누구 아니?이다.

너 황금박쥐 아니?

너 타이거마스크 아니?

너 박이천 아니? 등등

언젠가 칠공년 개띠에게 박이천을 아니 그랬더니 박이천이 누구예요? 한다.

칠십년대 축구 국가대표선수로 이름을 날리던 선수이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아마 벰 베로 베라,가 아니고 벤 베로 베라일 게다.

왜 그 이름조차 잊어버리지 않는걸까.

어릴 때의 세계가 죽을 때까지 지배한다고 생각되는 건 왜일까.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요괴인간 투성이다.

사람으로 살고싶다고 중얼거리는 이 천지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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