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꽃[함민복]

JOOFEM 2009. 5. 21. 21:31

 

 

 

 

 

 

꽃[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겻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 경계가 있다는 것은 관계를 하고 있다는 거다.

경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관계가 무너진다는 거다.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진다면 경계도 무너지리라.

대경관계(對境關係)의 상실은 꽃지는 저녁과 같다.

사람과의 관계는 끊임없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클러치와 같은 원리를 가졌다.

경계가 무너지지 않고 계속 꽃을 피우기 위해 부단한,

정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게다.

그래서 경계에는 늘 촉촉한 눈물을 뿌려두어야 하리라.

모든 경계에는 눈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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