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박물관에 있는 물건을 들여다보는 러시아 처녀.
라스푸틴[류인서]
그는 북국에서 왔다
뻣뻣한 삼나무 수염을 가진 시베리아 농부의 아들
그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검은 옷을 한 번도 벗은 적이 없다
그는 저잣거리의 차력사처럼
무성한 괴력의 수염으로
시베리아발 밤열차를 끌고 간다
눈 덮인 호수와 평원을 지나
12월의 불길한 밤
음모의 총구 속을 느릿느릿 통과한다
그 시간, 그의 뒷머리를 내리친 은촛대의 황금불꽃은
그러니까 빛의 수족이 아니어서
열차를 놓친 그의 영혼은
네바강 두꺼운 얼음구멍 아래 수장된다
얼음이 녹고
저자의 취한 바람이 주문과 추문으로 그의 부활을 부추길 때
검은 유머처럼 강물 위로 떠올라 펼쳐지는
그의 승복(僧服)
그것은 내가 사는 이 왕국의 지도와 난감토록 닮아 있다
지도의 아랫도리에는 거대한 남근이 달려 있었다
- <현대시> 2010년 2월호
* 삼십년도 더 된 얘긴데 고등학교 다닐 때 이 노래를 참 좋아했다.
보니엠이 부른 '라스푸틴'이다.
옛서울고등학교 앞에는 박지영레코드점과 박인희레코드점이 있었는데 이 노래를 가끔 들을 수 있었다.
라스푸틴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냥 좋아했었다.
류인서시인의 시를 읽고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무척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팝송과 그림과 시와
그리고 검색으로 찾은 정보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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