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불혹[박제영]

JOOFEM 2010. 2. 17. 13:30

 

                                                           박시인의 블로그에 있는 사진을 말없이 퍼왔다.^^*

 

 

 

 

 

 

불혹[박제영]

 

 

 

 

 

  강원도청 앞 그 식당은 이름이 셋이다 오른쪽 붉은 지붕 위로 ‘한양화로숯불구이’라는 이름이, 왼쪽 처마 밑으로 ‘한양설렁탕’이라는 이름이, 입구 현관 위에는 ‘소담송하’라는 이름이 매달려 있다 누구는 ‘한양집’이라 하고, 누구는 ‘도청 앞 설렁탕집’이라 부르고, 어떤 이는 ‘소담송하’가 맞다고 하고, 어떤 이는 그냥 ‘도청 앞 식당’으로 오라고도 한다 어떻게 부르든 사람들은 길을 잃는 법 없이 쉽게 찾아온다 ‘병천순대국 개시’라는 플래카드와 ‘갈비탕 냉면 개시’라는 플래카드가 일년 내내 걸려 있지만 메뉴판에는 불고기도 있다 누구는 순대국을 주문하고, 누구는 갈비탕을 주문하고, 어떤 이는 냉면을 주문하고, 또 어떤 이는 불고기를 주문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그냥 설렁탕을 먹고 나온다 순대국을 주문했는데 가끔 설렁탕이 나오거나 냉면을 주문하지만 준비가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도 대개의 사람들은 그냥 설렁탕을 먹고 나온다 아주 가끔은 실랑이가 벌어지는 수도 있긴 하지만 그것이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나를 부르는 이름도 만만찮다 박팀장, 박시인, 박씨, 박형, 박선생, 박사장, 여보, 아빠, 자기야, 오빠...... 가끔은 나를 40번 손님!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전해 들은 바로는 나를 그 새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떻게 부르든 그들이 내게서 길을 잃는 법은 없다 대체로 이것 저것 내 안의 요리들을 알아서 가져가고 알아서 간을 맞춰 먹는다 가끔은 혼선을 빚곤 하지만 그것이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대체로 그렇다

 

 

 

 

 

 

 

* 설을 쇠고서야 알라딘에 신청했던 박제영시인의 시집 '뜻밖에'가 택배로 도착했다.

삼년전에 1쇄로 천권을 뽑은 모양인데 아직 2쇄를 찍는다는 연락이 없다고 푸념하는 박시인이다.

이래서야 시집을 낼 엄두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월요일마다 시편지를 보내주는데 그 공을 생각해서 두권을 신청했었다.

박시인은 박팀장, 박형, 여보, 아빠.......많은 호칭으로 불리우는가본데

나는 박시인을 박후배님,이라고 불러도 된다.

같은 애기능 캠퍼스에서 공부를 한 까닭이다.

박시인은 나에게 주선생님 혹은 주선배님이라 부른다.

시집을 2쇄, 3쇄 계속 찍어내기를 소망하며 춘천의 식당처럼 알아서 간맞춰 먹듯 시 한 편 올렸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스푸틴[류인서]  (0) 2010.02.24
찬란[이병률]  (0) 2010.02.20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다[최승자]  (0) 2010.02.15
수령 이백오십 년 된 느티나무[김명기]  (0) 2010.02.11
상강霜降 가자[천서봉]  (0) 2010.02.10